'쭈갑의 전설' 천수만 해역의 오동통 살 오른 갑오징어와
주꾸미의 가을걷이를 하고 왔습니다.
4월에 일찌감치 회변항의 순풍호에 황금 물때인 9월의 마지막 날 30일(2물에 토요일)을 예약해 뒀습니다.
물이 청물로 바뀌며 조류도 원만한 1물~4물까지가 쭈갑(주갑)낚시에 적합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요.
날씨만 좋아지시길 학수고대하며 이달 초에 함께하자고 하던 분들 카톡방 만들어 모집하자 10분만에 7분 OK.
천수만 하류는 모래와 뻘(펄)이 적정하게 혼합된 사니질(沙泥質)로 갯벌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하여 그만큼 산소 공급이 용이하고 영양염류가 풍부하여 조개들이 살기엔 그만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조개들을 먹잇감으로 좋아하는 주꾸미나 갑오징어는 이 지역에서는 그렇게 많이 잡아내도 개체들이 꾸준히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잡히는 이유는 서식환경이 다른 지역보다 좋고 범위가 넓다는 사실입니다.
이 주꾸미나 갑오징어는 애자를 보면 먹잇감인 조개로 오인하여 달려들고, 새우를 닮은 에기를 보면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적으로 간주, 쫓아내기 위한 공격 행위로 본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여간에 주꾸미 낚시철이 되면 이 지역은 수많은 사람들로 파시를 이루고, 물때와 날씨만 어느 정도 받쳐주면
10kg 이상은 낚을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채비를 내립니다.
그러나 주꾸미를 10kg 이상을 낚으려면 물때는 물론, 어지간한 체력이나 어설픈 채비 운용으로는 어림없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중노동에 가까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아주 힘든 장르로 조업 수준으로 임해야만 가능한 조과
라고 봅니다.
마음만 조금 비우고 여유롭게 가족 또는 지인들과의 출조한다면 다른 장르에 비해 남녀노소 쉽게 할 수 있으며
먹을 만큼 낚을 수 있는 생활낚시엔 정말 그만인 것이 이 주갑 낚시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주갑이가 벌써 씨알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합니다. 한 달 전에 갔을 때 보다 훨씬 많이 커졌습니다.
에기나 애자에 올라탄 둔중한 느낌 감도도 전보다 훨씬 쉽게 느낄 수 있고, 챔질 했을 때 촉에 걸릴 확률도
커진 만큼 높으며, 그물망에 쌓이는 량측(量測)도 쉽게 느낄 수 있어 재미가 더 해집니다...^^
아마도 10월 하순이나 11월 중순 정도면 작은 문어 수준으로 클 것이고, 갑오징어 역시 초릿대가 부러질 정도로
손맛까지 쫄깃쫄깃하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 ~
늦은 봄에 부화해서 가을을 맞는 1년생 주갑이...
산란을 위해 알에게 빼앗겨 육질이 질긴 봄철 주꾸미나 갑오징어보다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성장 중에
있는 가을 바다의 진객, 가을의 대표적인 맛, 주꾸미 낚시를 한 번쯤 다녀오십시오.
떠나시기 전에 나름 느낀 주갑 낚시의 팁을 간단하게 드리고자 하오니,
참고하시고 즐거운 주갑낚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낚싯대
허릿심이 뻣뻣하면서도 초릿대 부근만 낭창낭창한 주갑 전용 연질대가 입질 파악이 빨리 조과에 도움을 줍니다.
허리 휨새가 너무 많은 낚싯대는 적은 사이즈의 미약한 입질의 감도를 느끼기에 부적합하지요.
8피트(1피트 약 30cm) 정도가 대세인데, 요즘은 120~150cm 짧은 대를 많이 선호하더군요.
종일 들고 낚시하는 탓에 팔도 아프고 체력 소모가 많은데, 아마도 이를 염두에 두고 출시된 낚싯대인 것 같습니다.
2) 채비
뱃전에 돌아보면 굵은 나이론 줄에 형광고무나 기타 유인 효과에 좋다고 판단되어 요란한 채비 구성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민감한 입질 파악에 역효과를 주며, 채비가 조류를 많이 타서 줄 뻗침이 심하게
되고, 또 이로 인해 옆사람과의 줄 엉킴을 유발시킵니다.
주꾸미 입장에서 본다면, 채비가 순간 지나가는 찰나에 채비가 복잡하면 정확하게 애자나 에기에 공격 또는
달려들 때, 순간 판단에 혼선을 주어 챔질 시 정확한 훅킹이 잘 되지 않아 올라오면서 떨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프로급이나 선장은 역시 간결한 채비로 싱커(봉돌)에 애자 또는 에기 하나만으로 공략하는데, 정말 놀랍도록
잘 잡습니다. 이는 줄이 가는 목줄 사용과 간결한 채비의 효율성을 잘 말해 주는 것입니다.
바닥 걸림이 덜한 곳에서는 애자가 확실히 효과적이지만 밑걸림이 취약한 곳에서는 에기를 권장합니다.
그러나 갑오징어 출몰이 잦으면 대략 20cm 위쪽에 요즘 출시되는 갑오징어 전용 에기를 달아 공략해 보시면
갑오징어 낚시와 주꾸미 동시 낚시에 도움이 됩니다.
3) 봉돌
봉돌은 10호, 15호, 20호도 같이 준비하여 다니십시오. 물살이 같은 해역이라도 위치에 따라 변화가 생깁니다.
채비가 좀 날린다 싶으면 상황에 따라 15호 또는 20호를 바꿔 달아 대처하시면 도움이 되지요.
4) 줄
합사 0.8호나 1.2호가 적당합니다.
줄이 굵으면 물 저항을 많이 받아 물속에서 줄이 휘게 되어 입질 파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5) 릴
릴은 가끔 스피닝릴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나 보편적으로 베이트릴을 많이 사용하지요.
스피닝릴은 줄이 베일을 넘어 90도 꺾여서 감기지요. 주로 비거리가 필요한 캐스팅용으로 사용합니다.
반면, 베이트릴은 파워면에서 월등하며 직선으로 감겨서 힘이 덜든 관계로 주갑낚시에 적당합니다.
6) 에기나 애자
솔직히 사용해 보면, 일제 9,000원짜리 아무개 제품이나 중국제 500원짜리 에기 제품에 주꾸미가 올라타는
두족류들의 습성은 제 경험상으로 비교해 보아도 별반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물론 엄밀히 과학적 측면에서 따지면 유인 효과나 바늘촉의 강도면에서는 보다 나은 효과는 있겠지요.
그러나 사용하다보면 부득이 자주 무디어지는 바늘촉은 차라리 저렴한 것으로 사용하며 자주 갈아주는 것이
더 낮지 않을까 해서 저렴한 것으로 색깔별로 잘 반응하는 왕눈이를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수심이 30m 정도로 깊거나 흐린 날은 주황색 형광색 계열을, 밝은 날이나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적색,주황색,
경우에 따라서는 녹색의 위력있는 왕눈이를 사용하면 잘 반응하므로 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애자는 흰 것과 약간 푸른 것이 좋습니다. 조개의 껍데기가 흰색으로 또는 푸른 바다 물빛으로 경우에 따라
푸르게 보여지는 두족류의 시인성 효과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요즘 출시되는 애자에 케미가 곁들여지고 어떤 이들은 이 애자에 마른오징어를 감거나 지렁이를 꿰어 사용
하는데, 번거롭지만 후각적인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나 그렇게까지 큰 효과적일까 하는 것에는
글쎄요.. 미지수입니다.
참고로 사용하다가 집에 가져온 에기를 씻어 재사용하려고 물속에 넣어뒀더니 에기가 물어 뜹니다.
봉돌을 달아서 다시 넣어봤죠. 그러더니 바늘촉이 있는 꼬리 쪽이 이번엔 뜹니다.
한 참을 뒀더니 이제사 가라앉습니다. 그렇다면 새 제품을 체결하여 바닥에 착수시키면 이러한 현상으로
에기의 꼬리쪽이 뜨게 되겠지요. 그러면 주꾸미가 올라탈 수 있기가 어렵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기는 선상에서 새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미리 물칸에 두어 내부에 물이 스며들어서 입수 즉시 바닥에
수평으로 누워있도록 하는 방법도 한 번 염두해 두시길 당부드립니다.
7) 애자 및 에기 교환시기
몇번 사용하지 않았다 해도 손끝으로 바늘촉을 살짝 찔러보아 무디어졌다면 즉시 교환을 해 주시는 것이
훅킹에 정확하고 결정적인 도움이 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잦은 바닥 걸림으로 촉이 잘 무디어 지거나 손실이 많으니, 저렴한 것으로 자주
갈아주시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조과면에서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섭니다.
8) 입수 후 채비 정렬.
채비를 바닥에 안착시키고 나면, 바로 줄을 살짝 당겨서 배가 진행하는 쪽으로 에기나 애자의 머리를 두게
정열시켜 두셔야 합니다. 배가 진행하는 쪽이란 바로 챔질 할 수 있는 쪽이지요.
올라 탄 주꾸미가 챔질 하면 바늘촉에 다리(촉수)가 바로 걸릴 수 있게 함입니다.
에기나 애자 머리가 챔질 반대 방향 또는 옆으로 누워있다면 챔질 해도 걸릴 수 있는 확률이 사실상 줄게
되거나 아니면 설걸려서 올라오는 도중에 빠지는 경향이 있지요.
이 점이 경험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으니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0월이 시작되면서 주갑이가 먹성도 활발해지고 입질 패턴도 강해지리라 봅니다.
그렇지만 주갑으로선 생사가 달린 문제. 호락호락 아무에게나 쉽게 낚여주질 않을 것입니다.
줄의 텐션을 유지하며 미묘한 차이를 재빨리 간파하여 챔질하는 순발력으로 손 끝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말고, 초릿대에도 함께 모아줘야 할 것입니다.
특히 조급함 없는 마인드 컨트롤... 멀리 펼쳐진 바다 운동장의 가을 운동회로 생각하시고 조과에 너무
연연하기보다 여유와 낭만으로 임하시면 더 많은 조과로 상품을 탈 것입니다.
차를 두 대애 나누어 타고 한 대는 수원에서, 한 대는 서울에서 출발하여 회변항 선사 사무실에 모였습니다.
건너편 오천항과는 달리 덜 복잡하고 개인 주차장도 널널하여 여유있는 낚시의 출발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선창이 없고 자갈밭에서 사다리로 승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네요.
가져온 족발에 김밥에 따끈따근한 시래깃국이 이른 아침 해장에 행복감을 더해 줍니다.
오래전에 만났던 지인들... 몇 개월 전서부터 시작해서 10년 만에 만난 분도 있습니다.
좌로부터 임프로님, 콜롬보님, 얼레님, 아니오니님, 수원사랑님, 골드라인님, 분당백곰님.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달려 그리운 바다 위에서 동이 트는 여명의 서정적 시간을 맞습니다.
마치 흑백TV에서 컬러TV로 변한 느낌... 생동감 넘치게 질주하는 주갑이 배들이 해전을 방불케 합니다.
보트까지 합세한 천수만 주꾸미 낚시... 설렘을 가득 안고 우리도 떠남에 동참합니다.
분명 해상 예보에는 0.5m로 시커멓게 나오던데, 항구를 벗어나 원산도 가까이 가니까 바람이 불며
파도가 일렁입니다.
주갑낚시에 결정적인 것은 날씨인데, 변수를 만났습니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예보...
그러나 날씨는 쾌청. 해가 중천에 오르면 파고도 잦아들 것으로 믿어봅니다.
소년을 닮은 순풍호 선장님의 해맑은 표정입니다.
친절하고 농담도 잘하는 베테랑 선장으로 이 지역 해역을 오랫동안 손바닥의 손금 보듯 잘 읽고 있었습니다.
3시에 철수를 방송합니다. 아쉬운 표정들이 역역하여 밑져야 본전. 제가 그랬지요. "최선장님! 잘 나오는데,
30분 연장!" 하였더니 군말 없이 즉답으로 "오케이!~ 3시 반~ 콜!!!" 참 멋진 선장,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지난번 만났던 공종현님 일행분들. 푸른 바다위에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이들에게 풍요로움을 더욱 선사합니다.
두 분이 15년간 동업으로 사업체를 잘 이끌어 오고 있다니.. 형제간도 힘들다는 동업을... 서로의 양보와 배려가
남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하여 존경심마저 생겼습니다.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바람도 거짓말같이 줄어듭니다.
아, 동심.. 맞습니다. 동심(同心)이었고 童心이었지요..
콜롬보님, 가끔 통화는 했지만, 만난지는 5년이 넘었던 것 같습니다.
임프로님, * * 전자의 수석연구원이자 그 분야에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현역 퇴직한 박사님이죠.
갖고 온 本格燒酒(본격소주) 잘 마셨습니다. 이제 자주 좀 보자구요..^^
분당백곰님이 가져온 ** 양주 21년 산을 집에 21년간 보관했다고 하니 총 42년 산 금딱지 따블 프레미엄급
위스키가 되네요. 바다에서 마시기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렇지만 갖삶은 주꾸미 숙회의 기막힌 안주빨로 우리는 서로 잔을 부딪치며 세상을 화목의 빛깔로
만들었지요.
목요일에 똥글이님 일행분들이 군산쪽으로 가서 이 만큼 낚았다고 도깨비 밴드에서 공지하여 놀랐습니다.
혼자 이 정도면 완대박인데, 과연 얼마나 빠른 손놀림과 활성도가 좋았으면 이렇게 많이 잡았을까...
혹여 전체가 낚을 것을...ㅋㅋㅋ
이 사진을 퍼 와서 이번 출조팀 카톡방에 올렸더니 아무도 믿지를 않아요... 사실이라 했더니..
모두 엄청 큰 기대감... ㅎㅎㅎ
전반적으로 30m권이여서 올리고 내리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여 원하는 만큼 많이 잡지는 못했습니다.
멀리 경기도 양주에서 오신 아니오니님.
낚시에 대한 엑스터시(열정)로 늘 마쵸의 매력을 선사합니다.
잔잔한 물결 장단 속에 쌓인 회포를 풀고 그리운 만남의 해후상봉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새삼 일깨워 주는 멋진 하루였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의 한가위가 곧 돌아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고마운 분들께 깊은 감사를 올리며, 축복이 가정에
보름달처럼 활짝 비추어지시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나의 작은 꽃잎으로 만나 유의미한 한송이 꽃으로 완성되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살아있는 감성이 너울너울 춤추는 가을 船上에서
모두가 하나되는 짜릿한 순간들을 만끽해보는 하루 였습니다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生命은 분명 축복 입니다.